연꽃

제비꽃2 2011. 10. 6. 08:56

 

 

 

연꽃

 

 

   오세영 (1942-  )

 

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

 

있다는 것은

 

연꽃을 보면 안다.

 

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,

 

불은 순간으로 살지만

 

물은 영원을 산다.

 

사랑의 길이 어두워

 

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

 

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.

 

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

 

불이 아니라,

 

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

 

불,

 

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

 

수면에 그려 놓는지를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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