감나무에서 감잎 지는 사정을
오태환(1960- )
감나무에서 감잎 지는 사정을
말해서 무엇하리
하, 몸의 귀 지천으로 창궐터니
귓불마다 진사( 辰砂) 무늬 철화( 鐵華 )무늬로
가생이를 두르며 쟁강쟁강 잉걸불 켜더니
참지 못하고
참지 못하고
지네들끼리 저 지경으로 붐비며 지는
사정을 더 말해 무엇하리
아슴아슴 꿈으로나 재우는
내 어린 첫사랑쯤 들키건 말건
검은 가지 곁가지 어름마다
하필이면 제일 깊고 투명한 하늘을 골라
무슨 참 독하기도 한 각운(脚韻)처럼
툭! 툭! 당기며 끊는
자네들 사정이야 말해 무엇하리