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월

제비꽃2 2011. 10. 12. 19:11

 

 

 

 

시월

 

 

이문재   (1959-  )

 

 

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

 

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

 

은행잎을 떨어뜨린다

 

중력이 툭, 툭, 은행잎들을 따간다

 

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

 

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

 

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

 

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

 

노랗게 말랐으리, 뿌리의 반대켠으로

 

타올라, 타오름의 정점에서

 

중력에 졌으리라,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

 

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

 

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

 

자욱하다,보이지 않는 중력

 

 

'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대숲 바람소리  (0) 2011.10.24
흔들릴 때마다 한 잔  (0) 2011.10.13
별 만드는 나무들  (0) 2011.10.12
연꽃  (0) 2011.10.06
바람 나뭇잎  (0) 2011.10.05