말벌을 기리는 노래
김진경(1953- )
쑥부쟁이며 산국도 시들해진
늦가을 한낮
갈 곳 없는 벌들이
떨어져 한 귀퉁이가 깨어진 배의 단내에 취해
닝닝거리더니
서리 내린 아침
한 귀퉁이가 깨어진 배 얼어붙어 있고
그 위에 말벌들이
배의 단물을 빨던 모습 그대로
여러 마리 죽어 있다.
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
단내를 쫓아 꿀을 모으던 노동이 향기로운데
이제 그 향기마저 흩어져
껍질이 텅 빌 때쯤
바람이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리라.
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
이 세상에 천국이 있다면
마지막 수고를 다한 손들이
텅 빈 껍질처럼 가벼워진 모습으로
모여 사는 곳이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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