말벌을 기리는 노래

제비꽃2 2012. 11. 6. 11:49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말벌을 기리는 노래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김진경(1953-    )

 

쑥부쟁이며 산국도 시들해진

 

늦가을 한낮

 

갈 곳 없는 벌들이

 

떨어져 한 귀퉁이가 깨어진 배의 단내에 취해

 

닝닝거리더니

 

서리 내린 아침

 

한 귀퉁이가 깨어진 배 얼어붙어 있고

 

그 위에 말벌들이

 

배의 단물을 빨던 모습 그대로

 

여러 마리 죽어 있다.

 

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

 

단내를 쫓아 꿀을 모으던 노동이 향기로운데

 

이제 그 향기마저 흩어져

 

껍질이 텅 빌 때쯤

 

바람이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리라.

 

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

 

이 세상에 천국이 있다면

 

마지막 수고를 다한 손들이

 

텅 빈 껍질처럼 가벼워진 모습으로

 

모여 사는 곳이리라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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