詩
허화들의 밥상
제비꽃2
2011. 8. 19. 00:38
자주 지나다니는 공원이나, 박물관 뒷뜰에 활짝핀 그것들을 보고
그림을 그려 보고 싶었는데,
오늘 시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.
(20일 비가 그친 오후 다시 공원을 지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.
아름다움과 향기를 긴 비로 다 소진 시키고,
바닥에 누운듯 , 이제 그 흰 아름다움도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.
그래도 아쉬운 대로 늦게나마 사진을 올려본다.)
허화들의 밥상
박라연(1951 )
봄꽃가지에서
그렁거리던 눈부신 청색 꽃잎들이
가을까지 오래된 생각처럼 골똘하다.
저 목숨은 山수국이 피운 허화,
향낭이 없어
자연사될 수 없다
이쯤이면 가짜도 진짜도 한 몸이라서
아플 텐데 山수국 저 가시나
꽃의 시간들을 죄다 줘버린
당찬 가시나
잘 익은 향을 따서 저보다 아픈
구멍들을 채워주는 일에 그저 배부른
수국 저 가시나
보이는 눈부심 보다 안 보이는 향기에
한세상을 온전히 부처시키다니!
문득 세상의 허화들은
무슨 죄로 가짜 생존의 시간 속
으로 끌려 나왔을까 구구절절 누구를
빛내주려고 왔을까 1%쯤 모자라서 쓸쓸한
生들을 대신 완성해주려고?덩달아
골똘해져서는 가짜의 고통을 목졸라준다
(내일은 잘린 내 목에서 수국이 피어날 것이다)
수국이 벌,나비를 위해서 피운 가짜 꽃이었단다.
새롭게 알게된 사실.
감동적이다.